지난 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와, 과거를 잃어버린 여자 이야기.

어느 날 사랑이 걸어왔다 (원제 : 파이를 위한 자장가)



재즈음악을 하던 주인공 샘은 어느날 호텔에서 우연히 자신의 방으로 잘못 들어온 여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그녀를 위한 사랑을 노래하며 행복하게 살던 샘.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삶의 무게와 같던 그녀는 얼마 못가 세상을 떠나고 만다. 샘은 사랑하던 아내와 사별한 뒤 그녀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랑하던 음악마저도 삶에서 놓아버린다. 그리고 아내와 첫 만남이 있던 그 호텔방에 상주하며 술과 비관으로 하루하루를 허비한다. (극 중 대사에 샘은 그 호텔방을 죽은 아내의 따뜻한 묘지 정도로 여긴다고.)


(아내와의 첫 만남)



그러던 어느날도 평소와 같이 그 방에 누워 영화를 보던 샘에게 웬 커플이 난데 없이 들이닥친다. 

커플은 싸웠는지 여자는 화장실로 도망가 문을 걸어 잠궈 버리고, 남자는 잠시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보채다가 사라진다. 이 와중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누워서 영화를 보는 샘. 대단히 능청스러움. (심지어는 한밤 중 비어있는 자신의 집에 낯선 사람이 침입해서 우유를 마시고 음반을 뒤지고 있었는데도 마치 다 훔쳐가도 아쉬울 것 없다는 태도로 놀라거나 당황하지도 않는다. 그녀가 없는 삶에 미련 없어 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보여주는 대목.) 낯선 여자가 자신의 호텔방 화장실에서 문을 잠그고 있음에도 영화를 끝까지 보는 샘과 그리고 영화가 다 끝나도록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는 이상한 여자 -_-;;;; 샘과 파이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낯선 커플의 침입에도 태연히 누워서 영화를 보고있다.)



마음 속 깊은 상처와 외로움으로 지쳐있던 그 두 사람은,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알게 모르게 조금씩 가까워져간다. 둘에겐 긴 대화가 필요치도 않았다. 이미 서로의 존재에 대한 느낌으로써 위로를 얻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마치 서로에게 중독이나 된 듯이 다음날은 또 어떤 날은, 일과 후에 밖에서 샘이 돌아오면 파이가 화장실에 있고, 파이가 먼저 호텔방 화장실에 와서 기다리면 샘이 돌아왔다. 그렇게 얼굴도 알지 못한 채로 각각 딱딱하게 굳어있던 서로의 마음을 점차 녹여가기 시작한다. (화장실 문은 의미심장하다. 마음의 벽을 상징한 거랄까.)


(며칠 몇날 약속도 없이 이렇게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소통하는 샘과 파이)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어떻게 보면 이 영화 또한 사람은 새로운 사람으로,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는다는 흔한 일반공식의 한 예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가 차별화를 두고자 했던 것은 상대적으로 과거의 일들에 더 집중 하는 것이었다. 양쪽 다 아픈 상처가 있었으며 그로 인한 남녀 주인공들의 공감대 형성과정에서, 관객이 배우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하는 연결 고리들을 면밀히 다루었다는 것. 그런 상징 적인 연결 고리들이 꽤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문'은 세상을 향해 닫힌 각각의 마음을 상징하고 '서로의 얼굴 확인하는 일'은 그런 서로의 상처를 알아주고 포용해 줘야 하는 것을 상징하는 것 처럼.. (꿈보다 해몽인지도) 실제로 '문'은 극이 끝날 때 까지도 서로를 막는 존재로 등장한다. 또 서로의 얼굴을 확인 한 뒤,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되거나 고백하게 된다. 그리고 갈등이 생기기까지..


어쨌거나 감정이입도 잘 되고 좋았지만 아쉬운 부분은 파이에게 상처로 남아있는 잃어버린 몇년의 시간과 기억에 대해서 언급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그저 그러했다 라는 필요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배경만 깔아둔 정도. 또 파이와 함께 처음 등장했던 남자는 누구인지, 샘의 아내는 왜, 어떻게 죽었는지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냥 아내가 죽었구나, 대충 파이는 기억상실증이구나 하고 넘어가야 했다는 것. 영화를 이해하기에 정말 필요한 부분이 아니다 싶으면 다 편집해 버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놓쳤거나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시간상의 한계이겠거니.


(혼수상태로 생긴 잠에 대한 두려움과 기억에 심하게 집착을 하는 파이. 벽면에 온통 일기가 적혀있다.)



또 이 영화를 논하면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 OST이다. 나도 음악을 참 많이 듣고 밴드도 했었지만 째즈라고 하면 느끼하고 난해한 것만 같았는데 영화속 음악들은 정말 달달하고 간드러진다고나 할까? 째즈라는 장르도 알고보면 다양하겠지만 내가 두려워하는 그 째즈랑 달리 영화속 째즈는 참 친근했다.(그렇데고 즐겨들을 것 같진 않지만..ㅋ) 주인공이 째즈음악가이기에 음악이 많이 나오기도 나오고 한결 같이 달달해서 영화 자체도 달달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한 곡. 엔딩 크레딧에서 나온 음악인데.. 심지어 지금도 듣고 있다. 다른 건 다 스킵하더라도 이 음악은 꼭 한 번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Sarah wayne callies - I saw an angel 링크클릭



아물지 않은 상처와 그늘진 과거에 집중한 영화, 결론은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





어느 날, 사랑이 걸어왔다 (2012)

Lullaby for Pi 
 8.4
감독
브누아 필리퐁
출연
루퍼트 프렌드클레멘스 포시포레스트 휘태커맷 워드사라 웨인 칼리즈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캐나다, 프랑스 | 102 분 | 2012-12-13
글쓴이 평점